"왜 사과일까?" "사과에 매력이 있는 것일까?"
그림을 그리다가 뜬금없이 왜 사과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시정물에 사과는 빠지지 않고 나오는 정물이고, 갑자기 사과라는 열매가 다른 열매랑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킨 유명한 일화에는 사과라는 열매가 있었다.
그림을 전공하면 항상 꼭 그리게 되는 어려운 정물이 하나 있다. 사과이다. 내가 입시미술을 할 당시만 해도 사과는 정물수채화, 기초디자인, 정물소묘 등 거의 안 나온 곳이 없는 출제 대상이었다. 사과를 그릴 때 잘 그리려면 사과의 묘사에 달려있다. 그냥 구를 그릴 때처럼 명암을 넣을 뿐만 아니라 사과의 무늬를 묘사해야 하기 때문에 좀처럼 쉬운 정물이 아니다. 사과의 움푹 파인 안쪽의 꼭지를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서도 사과의 모양이 다르게 느껴진다. 정물의 디테일한 관찰 없이는 쉽게 그릴 수 없는 정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입시 정물을 그릴 때 사과는 왜 필수일까? 왜 사과일까? 라는 질문이 내 머릿속에 돌면서 사과에 대해 찾아보았다.
세상에는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킨 유명한 사과들이 있다고 한다. 아담과 이브의 사과, 파리스의 황금사과, 빌헬름 텔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 그리고 최근에는 잡스의 애플이다.
아담과 이브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하나님이 절대 먹지 말라는 선악과라는 열매가 나온다. 하지만 이 열매를 먹어버리는 이야기가 있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이 나무 열매는 먹으면 하나님처럼 된다는 뱀의 유혹에 이브가 넘어간다. 이브는 이 과일을 따서 아담에게 먹으라고 권한다. 그 열매가 사과이다. 그럼 선악과는 왜 사과일까? 성서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열매인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라틴어로 사과와 악이 똑같이 말룸(malum)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연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장미과에 속하는 사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는 과일이라고 한다. 서남아시아나 유럽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야생으로 자라고 있었다고 알려진다. 고대에는 널리 전파되어 모든 사람들이 즐겨먹었고, 갈리아 인들은 사과로 시드르를 만들기도 했으며 당시 이미 품종도 다양했다고 한다. 과일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는 사과는(pomum은 라틴어로 열매를 뜻한다) 선악과, 천국의 금단의 과일, 불화의 사과 등 다양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미술전공생들은 사과하면 세잔을 떠올리기 쉬울 것 같다. 세잔은 40년 동안 사과를 그린 인물인데 여기서도 왜 사과를 그리도 많이 그렸을까 궁금해진다. 세잔은 살롱 전에서 작품이 계속 거부당해 자신이 실패한 화가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족함을 채우고자 대상을 오래 관찰하는 노력으로 그림을 그렸다. 스스로 예리하지 못한 눈을 가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림의 대상은 역시 사과였다. 이유는 구하기가 쉽고 잘 썩지 않고 오래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세잔은 사과로 파리를 놀라게 하겠다며 평생 사과 그림을 그렸는데 그의 대표작품들을 보면 원근법에 의해 그리지 않고 한 화면에 복수시점으로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본 사과의 모습을 그렸다. 세잔은 사람의 눈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쉼 없이 여러 사물로 초점을 옮긴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보는 세상에는 하나의 통일된 시점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점이 한데 섞여 있다고 봤다. 당시에는 이런 그림이 이해되지 않았고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세잔의 다양한 시도와 연구는 피카소의 입체파나 초현실주의 추상미술 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오늘날 세잔은 현대미술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세잔과 에밀졸라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다고 한다. 이들 우정의 일화에도 사과가 등장 한다. 어릴 때 에밀졸라가 덩치도 작고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어 아이들의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세잔이 에밀 졸라가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것을 보고 도와주게 되었고 고마운 에밀졸라가 집에 있던 예쁜 사과를 바구니에 넣어가서 폴 세잔에게 주었다고 한다.
둘의 우정은 사과의 매개체로 시작되었다.>> 너무 엮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둘의 우정이 사과를 주고받으면서 이어졌다고 하니 이 이야기도 수집해 보았다.
가장 오랫동안 우리와 가까이 있었던 사과. 사과는 어쩌면 주제로 쓰기에 친근한,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 중에 몇 명은 한입 베어 먹은 사과를 손에 들고 다니는 것처럼 사과는 우리 곁에 더 가까이 있게 되었다.
참조문헌
(명화 속 성서 이야기 : 글 정은진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강사)
[네이버 지식백과] 사과 [POMME] (그랑 라루스 요리백과, 강현정, 김미선, 라루스)
사회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사회질문사전 저자 전국사회교사모임
『바이블 키워드』 저자 J. 스티븐 랭
출처:키스세븐
Wikimedia 세잔정물화사진
이은화 미술평론가 (동아일보 오피니언 "사과로 파리를 놀라게 하겠다" 40년동안 사과를 그린화가, 이유는?)